뛰어난 대중 연설 실력으로 ‘남미의 캐네디’라 불리던 알란 가르시아(69) 전 페루 대통령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뇌물 수수 혐의 체포 직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백을 호소한 바로 다음날의 일이다.

 

CNN은 17일 마르틴 비스카라 현 페루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가르시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함으로써 그의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건설사 ‘오데브리시’로부터 10만 달러(한화 1억 천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페루 검찰은 15일 가르시아 전 대통령에 대해 최장 3년짜리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틀 뒤인 17일 페루 경찰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진입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경찰에게 “변호사와 전화를 하겠다”고 말한 뒤 방에 들어가 자신의 목에 총을 쐈다. 경찰이 그를 급히 호세 카시미로 우요아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결국 사망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법률가로 아프리스타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1985년 페루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첫 임기(1985년~1990년) 때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두 번째 임기(2006년~2011년) 때는 페루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 가격 상승에 힘입어 페루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뇌물 수수 혐의에 휩싸였다. 두 번째 임기 중 리마 전철 공사 특혜를 빌미로 브라질의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10만 달러(1억 1천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거대 건설사 오데브레시는 2004년부터 페루 정관계 인사에 30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가르시아를 비롯해 페드로 쿠친스키, 오얀타 우말라, 알레한드로 톨레도 등 4명의 전직 페루 대통령이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페루 전체는 충격에 빠졌다. 그의 지지자들은 페루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백한 대통령이 죽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라며 현 페루 정부를 비판했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는 18일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사건 전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